제안서 프로세스
지난번 내용 중 제안서를 위한 일반적인
프로세스 6단계에 대해서 대략 정리하였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제안서는 설득의 글이다. 다시 말해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접근해야 한다. 그 중심엔 고객이 있다. 고객이 결정되고 나면 그 고객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선 먼저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의 부합 여부에 따라 전략, 전술이 달라진다. 기준은 가설에 따라 설정된다.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고객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준비된 고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강한 니즈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문제점, 즉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문제와 문제점은 다르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은 문제에서 문제점으로 접근하는 최단의 경로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대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할 수 있다. 제안서는 이를 도와주는 설득의 도구이다.
1️⃣ 정보 수집, 분석 및 가설 설정
가설을 세울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정보이다. 많은 정보를 획득할수록 제대된 가설 또한 수립할 수 있다. 물론 고객에 대한 정보가 아주 완벽하게 수집되었다 해도 이런 정보들을 친절히 알려주고 가르쳐 주는 고객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한정된 정보 속에서 우리는 실마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가설은 없을 수 있다. 가설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고 당연히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설을 통해 고객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그려보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이다. 가설이 없다면 중구난방 횡설수설할 수 있으며 정보의 중요도도 알아내지 못할 수 있다. 요구사항 아래 잠재적 요구사항을 끄집어내는 일 또한 우리의 일이다.
정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수집하되 하나의 단면만 보면 안 된다. 즉 고객, 경쟁사, 고객의 고객 및 거래처의 관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요구사항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정보는 숨어있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일반적인 정보와 더불어 고객에게서 입수해야 할 정보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수집, 획득된 정보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가설을 준비한다. 가설은 정보수집의 관점들을 토대로 고객의 장단점 및 기회와 위기를 참작한다. 또한 제약조건은 두지 않고 고객의 눈높이 맞춰 설정해야 한다. 가설은 검증(사실임을 증명할 가능성, 거짓임을 증명할 가능성, 결과에 대해서는 재현 가능성)할 수 있어야 하며 더 간단하거나 정확한 방법을 설명할 수 있다면 다시 설정해야 한다.
2️⃣ 요구사항 정리
요구사항 정리는 가설의 정리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일종의 사전 제안서 형태로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설정한 가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고객 요구사항과의 일치성, 또한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가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제대로 분석했고 이해했는지, 잠재적 요구사항들이 도출되었는지도 가려낼 수 있다.
이러한 사전 제안서는 가설검증의 도구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밀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리해야 한다.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정성적인 부분도 정량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하나의 사실에 대한 주변 인터페이스를 살펴야 한다. 누구에 의해서, 누가 작성했고 어디에 쓰이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정보의 객관화가 여기서 필요하다. 정보의 논리 근거가 필요하다.
3️⃣ 인터뷰 및 가설 검증
준비된 자료를 바탕으로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는 단계이다. 이때 주된 방법은 인터뷰이다. 다만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인터뷰를 준비하여야 한다. 경청을 기본으로 알고 싶은 내용을 관계자에게 질의응답 방식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알아내기 위함이다.
우리가 대화 속에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그래서 관련한 여러 기술들을 참고해 볼 수도 있는데 그래서 많은 경험 또한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인터뷰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여러 인터뷰 방식 중 우리는 정보수집을 위한 인터뷰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중심으로 설득 또한 같이 진행하게 된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를 선별한다.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아무나 대상자로 하면 시간과 비용만 낭비된다. 실무자인지 관리자인지 혹은 경영자층인지에 따라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다. 그래서 수집된 정보의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대상자가 선별되었다면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질문의 목적을 통해 다양하게 준비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다.
4️⃣ 결과정리
인터뷰가 진행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목적이 중요한 만큼 인터뷰 대상자에게 목적을 알리고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부분은 의사소통의 스킬을 기반으로 대상자에게 어떠한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답하기 곤란하지 않은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면 그 내용을 제안에 반영하기 위해 가설을 검증하고 수정을 진행한다. 만약 가설이 고객의 요구사항과 일치하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 반복, 피드백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터뷰 내용을 잘 정리한다. 별도 회의록을 만들어 작성하고 필요시 녹취 등을 통해 정보의 유실을 막는다.
인터뷰 내용을 기술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인터뷰에 참석하지 않은 인력이 그 내용을 보더라도 당시의 내용은 물론 상황까지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답변의 뉘앙스까지도 잡아내야 한다. 그러한 미묘한 차이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궁극엔 결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된 회의록을 통해 가설 검증을 수행하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why, what, where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why와 what이 명확해질 때까지 계속 확인을 하며 이를 통해 제안범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 세 부분이 스스로 납득이 간다면 이제 최종적인 제안서 작성에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5️⃣ 제안서 작성
제안서는 템플릿이 많다. 하지만 고객사가 제공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제안의 제목은 확정이 되었기 때문에 제일 어려운 장애물은 제거되었다.
그다음 할 일은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실 제목과 목차가 전부이다. 대부분은 제안서에서 제목과 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다. 나머진 사전 제안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채워 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통해 스토리를 구성하고 조립한다. 소설처럼 극적인 장치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물론 충분한 논의와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목차 구성만으로도 우린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안서는 그 범위와 경중 등에 따라 혼자 쓸 수도 있고 팀으로 작성할 수도 있다. 최대한 간결한 표현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오해가 없어야 하며 사실에 근거하여 기술한다. 여기서 금물은 많이 써봐서 혹은 잘 쓰기 때문이라는 과신이나 선입견이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작성된 제안서는 반드시 객관적 입장에서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검토받아야 한다.
6️⃣ 발표
큰일이 모두 끝났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할 더 큰 일, 발표가 있다. 제안은 발표로 완결된다. 제아무리 훌륭하게 작성된 제안서도 어떻게 발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미흡한 제안서라 할지라도 훌륭한 발표를 통해 제안 기회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발표는 제안서를 완전히 체화한 발표자를 중심으로 열의와 의욕을 불태워야 한다. 당연히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며 요구사항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고객의 혼란을 야기할 정보들은 정리가 되어야 하며 누구에게 제안하는지, 왜 무엇을 하는지를 확실히 하고 넘어간다. 이를 통해 작성된 스토리에 고객이 동감하고 감동하며 진실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 무늬만 대표자?
정말 힘들게 작성한 제안서를 들고 가서 보기 좋게 말아먹는(?) 발표자가 있다. 이는 제안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배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잘 모르는 발표자가 많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발표자라면 제안서를 완전히 씹어 먹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절대 발표하면 안 된다. 왜냐면 발표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 제안에 진심인지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객도 당연하지만 발표하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발표자 자신이 직급이 있다고, 대표성이 있다고 자신할 것도 아니다. 혼자 잘난 체할 것도 아니다. 남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지 말고 그 밥상 차림에 일조하길 바란다. 이 자리를 위해 고생하고 애쓴 사람들을 봐서라도..